회사에서 야근을했다.


나는 결혼한지 1년도 안된 신혼부부.


내가 야근을 하자, 남자 상사들이 놀리듯이 말한다. 

"왜 퇴근 안하고 야근이야? 일이 많아? 얼른 집에가서 신랑 밥 차려줘야지!"


어이가 없어서 쏴붙혔다.

"왜 제가 신랑 밥 차려줘야만해요? 신랑이 저녁차리고 저 기다릴수도 있는건데?"


그러자 또 다른 남자 선배가 상사를 나무라듯이 말한다.

"쟤는 Strong한 페미니스트에요. 그런말 하면 안돼요. "


그리고 그냥 웃어 넘겼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페미니스트인가?


나는 한번도 내 스스로가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페미니스트가 뭔지도 정확이 모르겠고,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거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여자라서 여자이니까 당연히 이래야한다고 누군가 말하면 반발심이 생긴다.

왜 여자라서 그래야하는건가. 내가 여자니까 당연히 남편의 저녁을 차려줘야 하는것인가?


세상에 당연한 것이 없다. 내가 여자라서 당연히 남편의 밥을 차려야 하는것이 아닌것처럼.


남자형제가 있는 집은 어떤지 모르겠다. 


딸 둘만있는 우리집에서는 여자라서 못하고 하지 말아야할것이 없었으며, 여자라서 해야만 하는 일도 없었다.

여자라서 겪은 차별 같은것은 없었다.

여자라서 남자형제와 아빠에게 닭다리따위 양보해야하는 경우도 없었으며, 오빠나 남동생 밥차려야 하는 일도 없었다.

동생과 나는 사이좋게 닭다리 하나씩 먹었으며, 밥을 차려야 할때는 같이 차렸다.


전구가 나가면 내가 갈았고, 고장나면 고치는것도 내가 좋아하는 일중에 하나였다. 

벽에 망치질 하면서 못 박는것도 좋아하고, 공구로 뚝딱거리고 가구조립하는것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였다.


누군가가 정의 내린 여자가 하는일과는 거리가 먼 남자들이 하는 그런일들을 하면서 자랐다.


남자라서 밥을 못차려먹나?

만약에 남편이 내가 밥차려주지 않으면 밥도 못먹고 쫄쫄 굶고있을 사람이였다면, 그런 등신이였다면,

나는 결혼하지 않았을거다.


내가 페미니스트인가?


페미니스트가 무엇인가? 왜 그런단어가 필요하게 된것인지 궁금해진다.

언젠가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없는 세상이 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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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오디션 프로그램 서바이벌 프로그램등을 보지않았다.

그 유명한 슈퍼스타케이, 케이팝스타, 프로듀스 101등등... 하나도 단 1회도 본적이 없었다.


남편은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뿐만아니라, 다른 일반인 참가자가 나와서 노래부르는 프로그램들 (사실 제목도 모르겠다)을 열심히 챙겨본다.


그런 남편이 요즘 보기 시작한것은 "더 유닛" 이라는 아이돌 회생 (?) 프로그램이다.

이미 데뷔를 했지만, 뜨지못한 아이돌들이 나와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다는 컨셉의 프로이다.


보면 실력이 없는 애들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 뜬 아이돌들보다 실력이 더 좋을수도 있을거같다고 생각했다.

소속사가 작아서 못뜬건가? 이래서 대형기획사를 기를 쓰고 가려는 것인가?


근데 보다보니 알겠다. 끼가있는데 실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던가. 실력은 좋은데, 끼가 없다던가...

어중간한 느낌이다.


스피카의 양지원을 보고 처음에 노래도 잘하고 이쁜데 왜? 나름 뜬 연예인인줄 알았었는데, 왜 나왔을까 생각했다.

계속 보니 어중간 하더라... 빵! 뜨기에 끼도 노래도 춤도 외모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였다. 이 정도 했는데 안되었으면, 다른길을 찾아봐야하는게 아닌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건가?

그만큼 노래와 춤에 열정이 있는건가? 아님 그냥 한방을 노리는 것인가...


그렇게 탑 아이돌이 되기위해 그 꿈을 위해 청춘을 받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

난 그런 꿈을 찾지 못한것인지, 아니면 현실의 벽에 포기한건지...

대학교 전공조차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닌 취업에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고,

그렇게 졸업하고 취업한 내 모습과 비교가 되었다.


난 아직도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 10년후 아니 당장 5년후에 목표도 그냥 승진하는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게 뚜렷한 재능이 있었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나도 그 자그마한 재능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청춘을 그렇게 받쳤을까?


어중간한 재능은 오히려 저주라는 말이 새삼 와 닿는 순간이다.

나도 그 어중간한 재능이 나의 길이라고, 나의 목표라고 생각하고 달렸을것같다.

하지만 이미 그 분야에는 어중간한 재능뿐만 아니라 정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자들이 나보다 앞서 달려나가고,

내가 아무리 노력에도 따라갈 수 없을 때,

하지만 내가 그나마 잘하는 건 이 것 하나 뿐일 때,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싶다.


그 어중간한 재능이라는 것을 못 찾은거에 감사하고 살아야하나 싶다가도,

나는 그 어느 뚜렷한 재능하나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기에..

꿈을 쫒을 수 있는 어중간한 재능이라도 가진 자 들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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